사랑을 담아, 브랜드화된 취향을 노동하기: 랍스터룸 유민 랍스터룸 유민 이미지
“사실 눈에 자꾸 보이니까 더 예뻐 보이는 거예요.
저는 자꾸 보니까 더 예쁜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뭐야? 라고 하죠.
그래서 더 많이 노출시키려고 해요.”
그래픽 디자인을 하다가 퇴사한 유빈은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지만 정작 본인은 브랜드를 오픈할 생각이 없다고 자주 말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발견하는 시간들이 쌓여 ‘가재’와 ‘수건’이라는 아이템이 남았고, 퇴사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건, 러그, 수건 옷과 같은 말랑말랑한 것에 가재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랍스터 룸’을 구상하게 되었다.

취향을 일로 가져갈 때 자신이 좋아하는 건 갖고 싫어하는 건 피하는 모듈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들이 있다. 주체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의 노동이 가능하다는 기대 하에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 혹은 자신만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싶어 한다.

넓은 자영업의 범주 중에서도 본인이 사랑하는 것을 브랜딩화 하는 작업은 여러 고민을 가져온다. 유빈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지는 것에 대한 섬세하고 예리한 차이를 파악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취향이 얼마나 큰 요소로 작용하는지도 말이다.
시작
브랜드는 오픈은 언제부터 구상하신 건가요?
원래 그래픽 디자인하는 사람이었어요. 주변에 패션업계에 종사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보면 자신만의 레이블 혹은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쪽과 거리가 멀어서 딱히 관심이 없었어요. 오랫동안 생각하고 계획했다기보다는 ‘올해 초쯤에 이걸 해야지’ 해서 그냥 하고 있는 거예요. 저도 맨날 내가 왜 이걸 했을까 생각할 때가 많긴 한데 회사에서는 어쨌든 사원으로서 일하는 거니까 내가 최종 결정자가 아니고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 수 없잖아요. 그런데 제 브랜드를 만들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긴 한데 나는 만들고 싶어!’ 하면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재와
사랑
오픈 전이지만 ‘랍스터룸’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고, 저희에게 미리 보여주신 시안에서도 랍스터가 계속 등장하더라고요. 랍스터는 브랜드의 상징으로 계속 등장하나요?
네. 가재가 생각보다 갖고 놀거리가 많아요. 가재가 옛날 영어로 약간 바보 이런 뜻이 있어요. 그리고 더 깊게 들어가면 사랑에 빠진 바보 느낌으로 써요. 그래서 청혼 카드에도 랍스터가 나와요. 저는 그걸 보면서 웃겼거든요. 왜냐하면 커다랗게 가재가 한 마리 있고 ‘나와 결혼해 주겠어?’ 라고 쓰여있어요.


우디 앨런 영화에서도 나오잖아요.
맞아요, 전 그런 거 너무 좋아해요. 문화적으로도 이미 많은 거예요. 근데 가재만 집중하는 사람은 없어요. 가재가 아이콘처럼 쓰기는 좋은데 그것만 가지고 집중하기엔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사랑하진 않았는지 많이는 없더라고요. 그런 백그라운드가 있는 것도 좋고. 어릴 때 한 마리 키웠었어요.
(웃음) 동물 심벌이 있으니까 사람들하고 재밌는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랍스터를 브랜드 상징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레퍼런스가 필요할 것 같아요.
네. 이베이에서 자꾸 사요. 랍스터 컵, 랍스터 엽서 이렇게 검색해서 아이템을 찾아요. 꾸준히 사는 이유는 몰드 뜨거나 색깔을 보려고 살 때가 많아요. 빨간색도 종류가 엄청 많잖아요.
이때까지 모은 랍스터가 몇 개 정도 될까요?
개수는 모르겠어요. 계획하고 산 게 아니라서. 그리고 요즘은 자꾸 주변에서 랍스터 관련된 사진이나 물품을 많이 보내줘요. 길 가다가 봤는데 너 생각이 났다면서.
가재와
촉감
브랜드에서 처음 선보일 제품으로 수건 판매를 계획 중이시죠. 좋아하는 랍스터를 담을 제품으로 왜 수건을 선택하셨나요?
제가 수건을 좋아해요.
수건을 좋아한다는 분은 만나기 힘든 것 같은데 예전부터 좋아하셨나요? 아니면 계기가 있나요?
수건을 좋아하는 것도 올해 초쯤 알았어요. 주변 분들 보면 만드는 제품군이 있잖아요. “나는 여성복 할래” 하는 친구도 있고 “나는 축구 관련된 것만 만들 거야”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데 저는 가재도 좋고 다 좋은데 옷은 아니야. 좋아하지도 않고 모으지도 않고 사지도 않아. 그럼 내가 뭘 좋아하지? 하고 생각하다가 찾아낸 게 수건이에요. 수건을 되게 좋아했었는데 그게 당연한 거라서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을 안 해봤던 것 같아요. 기분이 좋잖아요.

저는 부들부들한 게 좋은데 옷은 너무 싫어요. 사는 과정도 싫고 사람 몸매도 다양해서 스몰, 미디엄, 라지 나뉘는 것도 너무 싫어요. 그래서 생각하다가 제가 하는게 그래픽 디자인인데 그래픽 디자인을 크게 얹어 놓으려면 천이 네모난 게 좋잖아요. 되게 단순해요. 그래픽도 크게 얹어 놓을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촉감이야. 그게 끝이에요. (웃음)
가재를
드러내기
개인 인스타그램에 랍스터를 올리는 것과 랍스터룸 계정 운영에 어떤 차이를 두고 계시나요?
제 스타일과 비슷할 것 같아요. 개인 계정은 그때그때 반응을 받고 싶으니까 사진을 올려도 좀 자극적인 걸 올려요. 그런데 브랜드 계정은 거기서 힘을 좀 뺀 스타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유빈님 계정을 보니까 생각보다 랍스터 내용이 많더라고요. 사람들에게 스포일러처럼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많이 올렸어요. 예전에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관리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 계정은 눈에 안보였어요. 포스팅하고 싶고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거기서 다 풀리고 몸이 지쳐있으니까 개인 계정에서는 남이 올린 게시물들만 봤어요. 아직 랍스터룸 공식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욕구가 쌓여있는데 또 막상 하려면 공식 인스타그램으로 풀어야지 하는 욕심이 있는 상태예요.

그리고 제가 옛날에 디자인 처음 시작할 때부터 항상 싸우던 건데 디자이너들은 이미지에 대한 욕심이 많아요.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고, 갖고 싶고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게 없어야지 매일 생각해요. 분명히 머리로는 아는데 실행이 쉽지 않아요. 예를 들어 내가 보기에 너무 예쁘고 좋은 물건이 있어요. 근데 이거를 남들에게 보여주면 누가 카피할 것 같은 거죠. 제 눈에 너무 예쁘니까. 이런 마음가짐은 없어야 해요. 사실은 눈에 더 익숙해짐으로써 더 예뻐 보이거든요. 이런 작업이 지금 필요하다고 많이 느끼거든요. 저만 맨날 보니까 제 눈에는 너무 예뻐요. 그런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뭐야?’ 이런단 말이에요. 이 생각 때문에 요즘 다양한 루트로 많이 노출시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것과
노동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예산이나 시기적으로 계획을 하고 진행하신건지 궁금해요.
없었던 거 같아요. 계획한다고 되는게 아니거든요. 물건을 만들 때 최소 수량이나 상황이 있는거니까. 그래서 지금도 계획을 해놓지만 엎어진다고 크게 심경에 변화가 있거나 그러지 않아요. ‘이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네?’ 이 정도. 다만 준비기간이 오래 걸려서 시간이 아까웠어요. 처음엔 그래픽 디자인을 하니까 빨리 판을 잘 짤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꼭 잘 안 짜도 되더라고요. 그래도 시작할 수 있는데 그걸 몰랐어요.


운영하면서 목표가 있나요? 구체적인 목표 없이 우선 해보자 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전 많아요. 우선 잘 돼야죠. 잘 된다는 것은 많은 뜻이 있잖아요.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목표치가 있는데 그 기준이 언제까지 물건들을 내 손을 떠나 고객에게 보내는 거예요. 예를 들면 3개월 안에 재고를 다 털겠다 이런거요.

개인 브랜드를 시작하면 세세하게 본인이 긴장해야 될 것들이 많잖아요. 준비는 다 되었나요? 어떤 점들이 힘드셨어요?
박스랑 테이프만 배달 오면 돼요. 그리고 다음주에 촬영이 있는데 비가 올까봐 걱정이에요. 그 외엔 머리 속으로는 다 괜찮을 것 같아요. 만약에 이 인터뷰를 한 달 뒤에 한다면 되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야 하지만 그게 힘들거나 부담되진 않아요. 어떻게든 알게 되겠지 이런 느낌?